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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시절 · 그모습] 풍기 장날 이야기 2

사진과 글 배규택

기사입력 2019-12-1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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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기 장날 이야기 2

 

풍기 장날이 오면 윗마, 아랫마 아제들

욱금동, 오양골 아지매 안정댁, 순흥댁까지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필요한 물건을 사고팔고

장날풍경 왁자지껄 요란스럽다.

 

우리지역 사투리 발음은 세고 투박하다.

둘이서 하는 대화소리도 싸우는 것 같은데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떠들썩한 장날 분주하다 못해

억센 사투리가 서로 부딪쳐 귀를 때린다.

농사 이야기, 시시 꼴꼴한 갖가지 이야기로

나누는 정담들 구수하고 시끌벅적하다.
 


그 아지매는 살림살이 잘한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아이래요 그 여편네 얼매나 지독한데요 말도 마래요 아주 숭악하니더

하면서 장보는 거보다 어디를 가나 흔한 흉보는 일이 제일 급한

수다스러운 아지매들도 곳곳에 보인다.

 

물건을 흥정하며 깎아(에누리) 달라고 조르고

어림반푼어치도 업니더하면서 안 깎아 준다더니

안 사고 돌아서는 할매 붙잡고 10원만 더 쓰라고 알랑방귀를 뀐다.


둥두들 인삼농사 짖는 장씨 아저씨

농기구 사러 충주상회 왔다가 언고개 오씨 아저씨 만나

"사람이 살민서 우에든동 얌통머리 업다는 소리는 듣지 말고 살아야 하는데

얼매나 바쁜동 친구지간에 막걸리 한잔도 모하고 내사 마 미안시러워 죽겐네

하시며 마주잡은 손 힘차게 흔드신다.

 

홍정골 순흥댁이 푸줏간에 돼지고기 사로 오서 셔

미안 사시는 안정댁을 만나 아이고 괴기사로 오신니껴?

그잔에도 궁금했는데 우에 이쁜 딸 순자는 잘 인니껴?

"말도 마래요 내사마 기가 맥히니더"

그 가시나 공장에서 달래이 올리다가 호랭이 코 비어 간다는 서울로

돈 벌로 간다고 가디이만 마한년의 가시나 편지한통 업니더..“

하시며 딸내미 그리는 엄마의 한숨소리 구슬프다.


달밭골 김씨 아저씨 소나무 장작 차곡차곡 쌓아 한 지게지고 와서

나무전에 내려놓고 긴 담뱃대에 봉초 담배 꾹꾹 눌러

한 모금 피우시는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땅방울이 반짝거린다.

 

어느 엄마가 바쁜 장날 부족한 일손 때문일까?

아들보고 퍼뜩 술집 가서 니 애비 찾아와라하는

짜증스럽고 화난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술집마다 기웃기웃 아버지 신발 보이나 살피는 아이도 있었다.

그때는 그런 장면 이해를 못해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내가 어른 되어보니 그 어매 마음이나 술과 치맛자락에 빠진

그 아제 마음 조금은 이해가 간다.




거하게 한잔하고 마냥 흥겨운 표정으로 비틀비틀

갈지자걸음을 걸으시며 홍도야 우지마라 오빠가 있다

읊조리시는 건너마 할배 노랫가락이

박자도 음정도 술 취한 듯 오르락내리락 갈팡질팡한다.

술기운에 맛보는 저 노인의 고달픈 삶의 카타르시스인가?

외롭고 각박한 인생길에 그리운 사랑의 하소연인가?

 

나이는 못 속일씨더 이젠 문찌방 넘을 때

무릅꼬베이가 시리니더 왜

우리마실 앞집 여편네 어그빠리가 얼매나 씬동

미친년 널 뛰듯이 달기드는 바람에 식겁 핸니더

남이사 베름빡에 똥칠할 때 까정 살든동 말든동

베라밸게 다 부에를 지르고 자빠졌네

살다 벨꼬라지 다 보니더...”

에라이 야마리 까진 X”

장마당에 떨구는 질퍽하고 정화되지 않은 드센 사투리

귀청을 때리며 때굴때굴 굴러다닌다.

그래 오늘 8일 풍기 장날 틀림없구나.




새벽에는 어김없이 꼬끼오 꼬끼오 장닭 울음소리 여명을 알려주고

앞마당 한 귀퉁이 꿀꿀 돼지 반색하며 꼬리를 흔들고

밥 달라고 애교떠는 소리 요란하다.

어미 닭은 새끼 병아리 줄 세워

아침 모이 찾아 뛰뚱뛰뚱 행군을 하는 앙증스러운 모습

생각만 해도 포근하고 정겨운 그 시절 시골 아침

그림 같은 순간들이 내 시린 가슴에 밀려온다.

! 그리운 그 시절 그 모습들

 

201912.16

배규택

영주인터넷뉴스 (iybc365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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